제목
전용수 -viva string
작성자
fhole
[2018-08-23 16:02:25]

-3년전 이태리 크레모나 길거리에서 만났다. 이번 미텐발트에는 출품을 하였나.
: 이번에는 안 갔다. 이런 저런 일도 있었고, 올해가 칠순이다. 그래서 집사람과 해외여행을 좀 돌았다.

 

 


-제작가이기 이전에 비올라 연주자 시절을 이야기 나누고 싶다. 비올라를 전공하셨다. 졸업하시고 서울시향으로 바로 들어가신 건가.
: 원래는 바이올린 전공이다. 2학년 때 비올라로 전향했다. 4학년 올라가자마자 서울시향을 들어갔다. 8개월 정도 시향 활동을 하고 있는 도중에 홍콩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을 봤는데 결과가 좋았다. 매우 고민을 했다. 그때는 외국에 나가는 것이 매우 힘든 시절이다. 73년 말이니 박정희 정권 때이다. 당시 서울시향의 월급이 3만원이었다. 홍콩필에서는 주거 포함 28만원이었다. 유학도 가야겠고, 급료도 10배이상이니 안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홍콩 필에서 5년 반을 있었다.


홍콩 필에 재직할 때 운명적인 연주자를 만났다. 유럽에서는 최고의 비올리스트이자 교수인 율리히코크(Ulrich Koch)이다. 홍콩 필과의 협연으로 같이 연주할 기회가 생겼고, 원래 존경하는 교수이자 연주자라 그분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당시 율리히코크는 제자가 너무 많아서 2년을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기다려서 그분의 학생으로 독일의 프라이부르그(Freiburg)로 갔다. 이후 칼스루이(Karlsruhe) 음대에서 대학원과정을 2년정도 보냈다.
대학원을 졸업을 앞둔 그 해에 서울시향에서 비올라 수석 제의가 들어왔다. 마지막 학기를 못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시향에서 활동을 했고, 원래 제안이었던 유급 휴가 형식으로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시향에서 정년을 거의 채우고 나왔다.

 

 


-서울 시향에서 나왔을 때가 몇 년인가.
: 2016년이다. 여전히 시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 그 애정으로 지금 한국 원로 교향악단을 창단해서 진행하고 있다.

 

-은퇴 후 악기 제작을 생각하신 이유는.
: 은퇴 이후가 아니다. 이미 악기 제작을 한지 30년이 넘었다. 독일 유학 당시부터 조금씩 제작을 하고 있었다. 시향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진행을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미쉘 프랑케(Michael Franke)에게서 아마추어의 개념으로 악기 제작 공부를 했고, 한국에서는 구자홍 교수에게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시향 은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했고 남은 여생을 악기 제작과 함께해서 즐겁다.

 

 


-스스로 자신의 악기를 평가한다면 어떨까.
: 소리 부분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악기에서는 많이 달라진 점은 없다. 평생을 연주한 연주자이기도 해서 그런지 소리 부분에서는 나름 좋은 성과와 평가를 받고 있다. 제2회 북경국제바이올린제작대회(2013년)에서 바이올린 소리 부문 전체1등도 했다.
남은 것은 아무래도 예술적인 제작 부분이고 앞으로 더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더 잘생기고 더 정교한 악기를 만들고 싶다.

 

 

 

 

-현재 악기 제작의 흐름이 깔끔하고 정교함을 요구한다. 본인의 악기와의 비교 해 볼 때 어떤가. 보기엔 약간의 투박함(?)이 보인다.
: 그렇다. 스크롤에서도 그렇고, 버튼도 크고 투박하다. 스탠다드 하거나 조금 콤팩트하게 만들면 이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상하게 잘 안 된다. 이상하다. 더 이상 칼이 안 들어간다. 수없이 많은 명기들을 보고 좋은 제작자들의 악기를 봐왔는데도 그렇게 칼이 더 들어가지 않는다. 다 만들었다, 완성했다라고 스스로 생각한 후에 보면 투박하고 크다.(웃음)
아무래도 스스로 가지고 있는 미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 같다. 나는 선을 상당히 중요시 생각한다. 각을 살리는 것 보다는 선을 살리고 선과 선의 연결을 중요시 생각하다 보니 그것이 아무래도 악기 제작 할 때 드러나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러한 생각도 일종의 나의 선입견이라고 판단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좋은 변화이다. 악기 제작이 자신의 고집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그 고집이 하나의 함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음악 하는 사람들 중에 보편적으로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고집이 세다. 혼자서 매일 벽을 보고 연습한다. 다른 악기들은 앙상블을 많이 한다. 물론, 피아노도 협주를 하지만 다른 악기들에 비해 훨씬 독주가 많다. 악기를 만드는 것이 피아니스트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내가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과 도취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나도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도 지난 세월 동안 수 많은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조금은 열릴 수 있는 태도는 취하고 있다.

 

 


-어떤가.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전공하셨는데 소리나 제작 측면에서 어느 쪽이 편한가.
: 바이올린의 소리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아직도 비올라는 어렵다. 극히 몇 개의 모델만이 있고 거기다 사이즈가 다 다르니 바이올린보다는 아직 더 감을 잡아야 한다. 지난 세월 동안 비올리스트로서 소리에 대한 정의는 있어서 그런지 물리적으로 내가 만든 악기에서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하다. 모르지, 평생 안 될 수도 있지만(웃음)…

 

 


-칠을 얼마 전에 바꾸셨다.
: 근래에 오일 칠로 주로 진행하고 있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나는 오일이 편하다. 칠은 평생 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항상 순간의 만

족은 있어도 영원한 만족은 없는 것 같다. 칠은 마무리가 있는 과정이 아니다.

 

-본인은 손재주가 있는 편인가. 아니면 지금의 결과는 그 동안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 것 인가.
: 나는 끈기가 있는 편이다. 손재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집념이 지금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고 판단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 지금 나이가 이런데… 앞으로 남은 시간으로 첼로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처음부터 첼로 제작은 접었다.

 

 


-콩쿠르에 나가는 것을 준비하는가.
: 이제는 늦었다. 모르겠다. 올해 이런 저런 콩쿠르를 안 나간 이유가 내가 달라진 것이 없다. 앞으로 내적으로 큰 변화가 생긴다면 한 번 정도는 나가겠지만,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 콩쿠르를 목표로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내가 나이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 콩쿠르에 나간 것은 상을 타겠다라는 의미보다 심사위원들의 체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참여를 했다. 입상이 목표가 아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 할 때 연세가 많으셔서 많이 부담이 되었다. 고집스럽다거나, 소통이 어려울까 조금 염려스러웠다. 나이와 경험에 상관 없이 제작가로서 열려있는 사고방식으로 너무나 좋은 인터뷰였다.
: 스트라디도 기록에 의하면 94세까지 만든 것으로 나와있다. 앞으로 아마도 15년 정도 더 악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명기를 만들겠다라는 목표는 없다.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면 지금보다는 당연히 나아지지 않을까. 콩쿠르를 나가는 것도 내가 내 주제를 모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지적 받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감사하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시원하고 멋있는 내용이었다. 솔직함, 방향성과 악기 제작에 대한 목표, 철학이 정확히 전달 되었다.
: 감사하다.

 

 

현악기 제작가 전용수의 손

 

제작가 전용수의 악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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